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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이 있는 여행

경주 가볼만한 곳 – 도리마을 은행나무숲

일시 : 2024.11.07.(목요일)

날씨 : 맑음~흐림

위치 : 경주시 서면 도리 959-3

 

- 관람시간 및 관람료 : 정해진 관람시간 없음 / 무료 관람

- 편의시설 : 주차 가능, 공중화장실 없음(인근의 도리1리새마을회관, 친환경농업교육원 화장실 이용가능)

- 대중교통으로 가는 법 : 303번 버스 이용(5회 운행) / 도리보건소 정류장 하차 / 목적지까지 도보 5

 

경주 대표 가을명소 중 한 곳이 된 경주 서쪽 끝자락 도리마을의 비경을 구경하였습니다.

묘목 판매를 목적으로 심은 은행나무들이 숲을 이루게 된 곳으로 개인적으로 생각하면 주인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그런 곳이라 생각합니다.

지금은 열 맞춰 빽빽하게 나무를 심은 덕에 자작나무처럼 위로만 쭉 벋은 늘씬한 은행나무가 이국적인

정취를 뽐내고 있습니다.

 

 

 

도리마을 은행나무숲 외관 모습

 

 

 

 

평일이지만 많은 관광객이 찾은 도리마을, 이정표가 따로 있지를 않는데 건물 외벽에 세겨진 은행나무 잎과 "도리마을"을 

알리는 시그널이 되겠습니다.

 

 

 

 

자구 온난화로 이곳 역시 단풍이 드는 시기가 많이 늦춰져 조금은 아쉬운 마음입니다. 하지만 맑은 공기, 깨끗한 숲이

마음을 정화시켜줍니다.

 

 

 

 

물들어 가는 은행나무 잎을 보노라니 가을이 무럭 익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매혹적인 노란 단풍 잎을 좋아하면서

단풍나무의 열매를 생각하면 잔인한 인간의 행태를 떠올리게 하는 그런 나무이기도 합니다.

 

 

 

 

은행나무가 물들 때면 마을 주민들이 직접 먹거리 장터, 특산물 장터를 운영해 즐길 거리를 더하고 있다는데, 많은

관광객이 찾는 요즘 자연적으로 장터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은행나무에 관해 알아보면 아주 재미있는 나무입니다.

 

은행(銀杏)은 동아시아 원산의 나무로, 암수딴그루입니다.

가을이 되면 낙엽이 지기 전에 잎사귀가 샛노랗게 물들어 아름답고, 병해충에 강한 특징 등 다른 여러 장점이 있어

가로수로 많이 심습니다.

 

2019년 기준 전국에 총 824만주의 가로수 현황이 집계(산림청, 2019년 가로수 조성 실적)되었으며, 그 중 은행나무는

103만주로 전체 가로수 현황에서 약 12.5%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은행은 침엽수도 활엽수도 아닌 독자 계통군을 형성하는 식물이라고 합니다. 예전에는 은행나무를

구과식물문(Pinophyta)의 하위로 분류했으나 구과식물문에 없는 정충(정자)을 생산한다는 특징 때문에 현재는

은행나무문(Ginkgophyta)라는 독자 계통군으로 분류합니다.

 

 

 

 

은행나무는 111111종만이 현존하는 식물로 '살아있는 화석'이라고들 합니다. 지질학상 고생대 페름기부터 자랐고, 당시 현존하던 생물종의 96%를 대멸종 시켜버린 페름기 대멸종을 버티고 꿋꿋하게 현대까지 살아남은 근성 있는 나무라고 합니다.

 

 

 

 

현재 은행나무는 IUCN 적색 목록에서 멸종위기종(EN, Endangered)에 속해 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가로수 등으로

흔히 볼 수 있는 은행나무가 멸종 위기종이라니 의아해하겠지만 야생에서 사람의 도움 없이 번식하고 자생하고 있는

은행나무 군락을 거의 볼 수 없다는 것이 지정의 이유라고 합니다.

 

 

 

 

은행나무 종들의 대량 멸종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매개동물의 멸종의 영향이 컸다고 합니다. 은행나무는

'은행'이라고 불리는 종자의 존재에서 알 수 있듯이 겉씨식물 중에서 특이하게도 종자로 후손을 퍼뜨리는 종인데,

중생대까지만 해도 은행나무의 씨앗을 퍼뜨리던 매개동물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러한 매개동물이 신생대

즈음에 멸종한 것으로 추정되며, 그와 함께 심각한 타격을 받고 분류군 자체가 쇠퇴해버렸다고 합니다.

 

 

 

 

현재 은행나무의 거의 유일한 매개동물은 인간이라고 합니다. 다른 동물들은 은행 종자를 먹지 않는답니다. 새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으며, 수많은 견과류의 매개동물을 담당하는 다람쥐나 청설모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애초에

대부분의 동물들에게 은행은 절대 먹으면 안되는 유독성 먹이다라고 인식되어 있었던 모양입니다. 다만 은행나무

종자를 먹는 동물이 지금 아예 없는 것은 아닌데, 중국에서는 백비심이라고 불리는 흰코사향고양이(Paguma larvata),

일본에서는 너구리, 오소리, 아시아흑곰이, 심지어 미국 식물원에서는 라쿤이 은행나무 열매를 섭취한 사례가

보고되는 등 그나마 잡식동물들이 씨앗을 퍼뜨리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들이 시체도 먹는 일종의 청소동물임을

생각하면 은행 열매를 썩어가는 고기로 착각하고 먹는 것 같다고 합니다.

 

 

 

 

특히 은행나무는 관목이 생겨나기 전에 진화한 식물로, 관목이 캐노피를 덮어버리면 어린 은행나무가 살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유일하게 살아남은 종인 현재의 '은행나무(Ginkgo biloba)'는 장수는 물론이거니와 본줄기가 죽거나

베어내도 맹아가 돋아나는 좀비 수준의 생명력, 열대나 한대만 아니면 어디에서든 자라는 적응력을 가지고 있지요.

이러한 이유로 매개동물이 사라지고 관목이라는 경쟁자가 위협하더라도 종 자체의 끈질긴 생명력으로 근성 있게

버티다가 간신히 인간이라는 새 매개동물을 만나 살아남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합니다. 그 때문에 만약 인류가

멸종하면 함께 멸종할 생물 종 1순위로 뽑히기도 한답니다.

 

 

 

 

히로시마 원폭 투하 폭심지에서 2킬로 안에 있던 은행나무도 살아남아서 현재까지도 남아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공해에

비교적 강하고 세계에서 유일종으로 분류되는데다가 은행나무의 천적조차도 멸종해 버렸기 때문에 병충해의 피해가

적다는 장점이 있어 가로수로 많이 식재를 하는데, 나무 아래에서 맹아가 잘 돋아 이는 은행나무의 끈질긴 생명력에

보탬이 된다. 국내의 은행나무 노거수를 보면 원줄기가 죽고 맹아가 남은 것이 자라난 것이 많으며, 그래서인지

노거수로 지정되는 하한선도 400년으로 굉장히 높다. 비슷하게 오래 산다는 느티나무도 300년이다. 큐 왕립 식물원에 따르면 기록된 가장 오래된 나무는 자그마치 3500년이었다고 한다.

 

정말 특이한 것은 다른 식물들은 바람, , 곤충들을 이용한 수분이 대부분이지만 은행나무는 정자세포가 빗물 속을

수영하여 암술까지 이동한다는 점입니다. 어떻게 그런 긴 이동거리를 가질 수 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고 합니다.

 

 

 

 

열매의 악취가 항상 문제인데, 자웅이주이기 때문에 암나무와 수나무를 잘 구분해서 심으면 열매가 생기지 않지만 실제

생장이 얼마 되지 않은 묘목은 전문가조차 성별 구분이 힘들고 제대로 구별하려고 하면 나무가 약 15년 정도 커야

한답니다. 2011년 산림청이 은행나무 성 감별 DNA 분석법을 개발해서 이제는 1년생 묘목단계에서도 구분이 되지만

어느 정도 커야 가로수로 이식할 수 있는 만큼 기존의 암나무 가로수가 완전히 대체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봅니다. 또 수나무만 있으면 꽃가루 양이 너무 많아져 꽃가루 알레르기 발생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하니

이래저래 걱정거리는 있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