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적하고 2갈래로 펼쳐진 잎사귀 사이로 작고도 순결한 흰색의 은종들이 조랑조랑 매달린 은방울꽃. 앙증맞기 그지없지요. 이름도 이 고운 꽃의 모양을 딴 것이랍니다. 현란하고 화려하진 않아도 눈길과 마음을 사로잡는, 이만큼 매력 있는 꽃은 찾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수줍은 듯 휘어져 고개 숙인 모습이며 모든 면에서 이름보다 아름다운 순백의 은종들이 조랑조랑 달린 은방울꽃, 숲속에 널리 퍼져있어 쉽게 만날 수 있는 야생화입니다.
은방울꽃을 사람들은 사기꾼이라고 한다네요.
깜찍한 외모에 치명적인 향기를 감추었으니 사기꾼이요. 은방울꽃은 고혹적인 사기꾼이라 한답니다.
학명 : Convallaria keiskei Miq.
분류 : 백합과 / 여러해살이풀
꽃과 관련된 2가지 전설이 있다고 합니다. 하나는 고대 그리스의 레오나르도라는 용사가 화룡을 물리친 후 흘린 핏자국에서 피어난 꽃이라는 전설이고, 또 다른 전설은 요정들이 밤 축제를 하고 난 후 풀줄기에 컵을 걸어놓고 갔는데 그게 꽃이 되었다는 전설이랍니다.
한국에서도 이 꽃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데 옛날에 어느 마을에서 예쁜 여자아기가 태어났고 아빠는 아기를 보고 기뻐했지만 그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고 하지요. 아기의 엄마가 12살이 되면 장롱 속에 있는 은방울을 아기에게 주라는 말만을 남기고 숨을 거두었기 때문이랍니다.
「아빠는 여자아기의 이름을 은방울이라고 지어주고 12살이 되자 은방울에게 은방울을 주며 엄마가 너에게 남긴 마지막 선물이라고 말한다. 은방울이 저녁을 차리고 기다리는데 아빠는 온데간데없고 집채만큼 커다란 호랑이가 은방울을 노리고 있었다. 은방울이 호랑이에게 쫓기다가 던진 머리핀으로 덤불이 생겼지만, 호랑이가 뛰어넘어버렸다. 이윽고 또 다른 머리핀을 던지자 강이 생겼지만 이마저도 소용없었고, 결국 은방울은 호랑이의 공격으로 쓰러졌다. 그러자 바위가 굴러오고, 호랑이는 미처 바위를 피하지 못해 깔려죽게 되었다. 이후 죽은 은방울의 무덤에 꽃이 피고 아빠가 슬퍼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난다.」
은방울꽃의 꽃말은 ‘순결’, ‘다시 찾은 행복’이라고 합니다.
꽃은 4~5월에 흰색으로 개화하는데, 10송이가 총상꽃차례로 달린다. 뒤로 살짝 말린 6갈래의 화피가 영락없는 종이지요.
잎은 2~3장이 밑동에서 나오고, 잎자루는 길고 양 끝은 뾰쪽하고 표면은 짙은 녹색이며 뒷면은 흰빛을 띠며, 넓은 이파리 조각이 주는 느낌이 매우 시원하게 보이며 좋은 향이 난다고 합니다.
다음과 같은 말도 있다고 합니다. 잎사귀 뒤에 숨어 있는 열매가 산딸기라면, 잎사귀 뒤에 숨어서 피어나는 고운 꽃은 은방울꽃이라고.
전해지는 이야기를 읽어보니 유럽에서는 5월에 은방울꽃으로 만든 꽃다발을 받으면 행운이 온다고 믿어서 가장 가까운 벗에게 은방울꽃을 선물 한다고 합니다. 프랑스에서는 5월 1일을 은방울꽃의 날로 지정해 연인들끼리 주고받는다고 합니다.
향은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면 은은한 사과 혹은 레몬향이 강하게 전해 온다지요. 은방울꽃 특유의 향취를 연구하려는 시도가 많았지만 여태까지 그 어느 누구도 재현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은방울 닮아서 은방울꽃이라고 했지만 거꾸로 은방울꽃을 보고 사람들이 은방울을 만들었다고 봐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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